'눈먼자들의 도시'를 읽다.
2008. 10. 15. 22:16ㆍLife/잡담
회사 동료의 소개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라마구의 저서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게 되었다. 추천해준 도서이기도 했지만, 독특한 문체(라고 하는게 맞나?)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등이 호기심을 자극하여 손에 잡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 독특한 문체(단락을 나누지 않고, 문장 부호가 쉼표와 마침표만 존재한다. 즉, 설명구와 대화구가 줄바꿈등이 되지않고 쭈욱~ 이어진다 --;)때문에 읽다가 누구의 대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가서 읽고.. 를 반복했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 나는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의 문체에 익숙해져버렸고 나중에는 다시 읽지않아도 나도 놀라울만큼 누가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눈이 먼다. 그것도 온 세상 사람들이...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얘기해나가고 있다.
이 강렬한 소재는 나를 그 속으로 흡입하기에 충분했고, 많은 충격과 생각을 안겨주었다.
(가뜩이나 잡생각이 많은데!! ㅠㅛㅠ)
책 속의 도시에서는 오감중 하나인 '눈'이 멀었을 뿐인데, 그로 인해서 처참히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나도 눈이 멀면 저렇게 변할까?" 라는 것이다. 결론은 그렇게 되기전까진 결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촉각, 미각, 후각, 청각, 시각의 오감이 있지만, 얼마나 "시각"이라는 감각에 의존해가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들이 누군가를 만나면 가장 먼저 그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시각'이다. 그 사람의 외모, 입고 있는 옷, 그 외의 물질적인 것들을 시각으로 접하게 되고 거기서 그 사람에 대해 자신만의 상상을 더해 그 사람을 판단해버린다. 한마디로 시각으로 인해서 어느정도의 첫인상이 결정되어 버린다. 물론 그 후에 대화를 나눠본다거나 같이 더 지내면서 그 첫인상이 바뀔 수도 있게 되지만, 이때의 첫인상이 많은 부분을 좌지우지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어딘가를 찾아가거나 인터넷을 하거나(책을 읽거나)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시각이란 감각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으며 그것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소중한 시각, 즉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몇몇 사람이 안 보이는 정도라면 주변 사람들이 도와줄 수도 있고 그들을 위한 보조방편들이 마련되어 삶의 불편을 조금 덜어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모두가 보이지 않게 된다면?' 이 경우에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볼 때보다 보지 않을때, 사회적 규정에서 벗어나고 좀 더 편하게,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하고자 한다. 허나 이제 그들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내 행동을 지켜보지 않으며, 조금 더 과장하자면 나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들중 하나이다. 저자는 이 실명을 흔히 얘기하는 '암흑'이 아니라 '백색의 암흑'이라고 규정한다. 눈을 뜨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자들이라고 얘기한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어떠한가?
과연, 눈을 뜨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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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릿말. 멋진 소설을 추천해 준 동료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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