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이야기, '밀양' 을 보고 느끼다...

2007. 5. 28. 11:07Life/영화

[내용누설있음]

극 초반, 신애(전도연 분)가 묻는다.
"밀양은 어떤 곳이죠?"
그리고 그녀는 자답한다...
"밀양은 숨길 밀(密), 햇볕 양(陽), 은밀한 햇볕이래요."

 영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영화에 대해서 사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고, 단지 기억났던 것은 "가슴이 아픈 사랑"을 다룬 영화라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을 뿐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영화는 한 여인과 그의 아들이 밀양으로 향하면서 막이 올랐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무언가 가슴이 아픈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지는줄 알고 있었다.

 영화에서 종찬(송강호 분)은 밀양에서 자리잡고 있는 카센터 사장이다. 천연덕스럽고 신애의 표현으로 '속물'인 그지만 신애를 참으로 아껴주며 어떤 일이 있건 그녀의 곁에 있어준다. 그런 그의 때로는 잘 드러나지도 않는 사랑이야기도 이 영화에 숨겨져 있다. 어쩌면 그가 껄떡거리는 그저그런 사내로도 비춰질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캐릭터 성격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애에 대한 종찬의 마음은 한결같다.
 
카센터 사장 김종찬

카센터 사장 종찬으로 열연한 송강호


 종찬과 신애의 유쾌한 삶으로 가득했던 영화는 준(신애의 아들)의 유괴사건으로 인해 급격히 변해가더니 급기야 절망으로 치닫는다.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인 한 여인의 심정을 잘 보여준다. 이런 것에는 전도연, 그녀의 연기도 한몫을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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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를 잃은 미칠듯한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서히 미쳐가는 그녀에게 '교회'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온다. 절대적이라 불리우는 신(예수)이라는 존재.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는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을 기대고 의지할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그녀는 의아심 반으로 부흥회가 열리고 있는 교회로 들어갔고, 그 곳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었다.

 교회와 절대적인 존재에 의지하며 다시금 평온을 느끼며 지내다가 자신의 아들을 유괴하고, 죽인 범인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아갔지만 뜻하지 못한 충격을 받게 된다.

 범인도 신(예수)를 믿게 됐으며, 용서를 받게 되었고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그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은 윤기가 흐르고 생기가 돈다. 자신이 용서를 하기도 전에 이미 신에게 용서를 받은 범인은 그동안 그녀가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굳게 믿어왔던 신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교도소에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녀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신에 대한 그녀의 분노와 배신감은 훼방과 일탈로 이어진다. 자신을 종교로 끌어들이고 교회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과 간통을 하려하고, 교회의 설교장에서 '거짓말이야~'라는 재치있는(?) 음악을 틀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 그녀의 투정아닌 투쟁은 교회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행위로까지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 참으로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내 마음이 아려왔다..

 허나, 다행하게도 목숨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그녀는 다시금 일어선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그런 힘겨운 삶과 노력을 응원해주고 싶다.

 조용히...

전도연(신애 역)

평점: ★★★

덧1.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기독교 찬양 부분이 너무 과하게 나와서
거부감이 들던데 이 부분이 조금 덜했었으면 어떨까 싶네요..
(뭐 반대로 기독교분들은 기분나쁜 영화가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요 ㅡ,.ㅡ;;)

덧2. 이 영화로 전도연씨가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던데,
이번 그녀의 연기모습을 봤을때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
축하드립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