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소유를 간절히 원한 사람의 이야기, '향수'

2007. 6. 12. 18:05Life/영화

영화 향수

 "우리의 코를 자극하는 것은 무엇인가?"

 후각은 인간에게 있어 기초적인 감각으로서 무언가를 판단할 때 시각만큼이나 중요하다. 그것이 물건이던 사람이던 말이다.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긴다면 아무리 멋드러지게 생긴 사람이라도 인상이 호감적이기 힘들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그런 냄새를 속이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 향긋하고 달콤한 향 내음이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상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 그 향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절대후각(..;)을 가지고 있는 그는 어느날 혼을 빼놓을만큼 멋진 향을 풍기는 여인, 로라의 향을 접하게 되고, 그 후로 여인의 향에 집착하게 된다. 그 향을 영원히 간직하기를 갈망했던 그는 결국 13명의 여인을 죽이고 그 댓가로 최악의 살인마라는 명칭과 13개의 향수를 손에 넣게 된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

무엇이 13명의 여인을 죽이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고,
그토록 향의 소유에 집착하게끔 했을까?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받아왔을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그에게 그런 행동을 보이게 한 것 같다. 뛰어난 후각은 그에게 향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른 감각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었고 향의 소유를 위해서 사람을 죽인다는 일을 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루누이에게 있어서 살인이란 '殺人'의 의미가 아니라 명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장인의 작업과정인 셈이죠. 이것은 살인을 왜 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필요해서 그랬습니다."

사형대 위의 그루누이

 후미의 사형대 장면에서 대중은 역대의 살인마를 향해 분노를 내뿜으며 열광합니다. 그런 분노의 표출을 통해 살인마에 대한 공포심을 떨쳐내려 하지요. 그런 와중에 그루누이는 여인의 향이 담긴 향수를 자신의 몸과 손수건에 뿌립니다.

 그 순간, 대중들은 변합니다. 그를 처단하기 위해 사형대에 자리잡고 있던 사형집행인마저 그를 '천사'로 칭하며 환호하고 열광합니다. 향수를 뿌림과 함께 악취가 가득했던 그루누이는 사라지고, 매력적인 그루누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그는 삶의 악취로 인해 인간 본연의 냄새를 잊고 있었던 그들에게 인간을 느끼게 해주고 행동하게 만듭니다. 허나, 그것도 잠시뿐이고 향이 사라지고나자 그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에서 다시금 삶의 악취 속으로 흘러들어가게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루누이는 향수는 영원할 수 없고, 공기에 뿌려지는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향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에 향을 손에 넣었지만 그것이 그릇된 방법이라는 깨달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미의 향기가 좋다고 하여 그것을 가지고 싶어 꺽어서 방으로 가져온다면 자신의 곁에서 맡을 수는 있겠지만 그 향은 오래가지 못하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더 오래도록 향을 느낄 수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갑니다.
 그들 속에서 영원히....

평점: ★★★



 마지막 장면이 저도 좀 어이가 없긴 했는데,
 그것이 속죄의 의미 또는 고향으로의 회귀일지도 모르겠습니다..